브로큰: 설득력 잃은 복수의 추적극
안녕하세요, 영화 마니아 여러분! 오늘은 지난 2월 5일에 개봉한 범죄 스릴러 영화 '브로큰'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하정우와 김남길이라는 두 명배우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 작품, 과연 어땠을까요?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영화 줄거리: 동생의 죽음을 추적하는 형제의 분노
영화는 하나뿐인 동생 석태(박종환)가 갑자기 시체로 돌아오면서 시작됩니다. 더 이상한 것은 동생의 아내 문영(유다인)이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죠. 사건의 실마리를 찾던 민태(하정우)는 자신과 같은 흔적을 쫓는 소설가 호령(김남길)을 만나게 됩니다. 놀랍게도 호령의 베스트셀러 소설 '야행'에서 동생의 죽음이 예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민태는 동생이 몸담았던 조직과 경찰까지 개입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진실을 찾기 위한 분노의 추적을 시작합니다. "배민태라고 동생 때문에 사람도 죽일 수 있어요"라는 대사처럼, 동생을 위해 감옥까지 갔던 민태는 동생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폭력도 불사합니다.
영화는 살인 사건을 펼쳐두고 의심의 싹을 여기저기 피워올립니다. 민태와 석태가 조직 생활을 했기에 그들을 노리는 자들이 있을 가능성, 석태가 동거녀 문영을 폭행했다는 사실, 그리고 석태의 죽음이 예견된 소설을 쓴 작가 호령까지 모두 의심의 대상이 됩니다.
작품의 특징: 하정우의 날것 같은 연기와 복수극의 한계
'브로큰'의 가장 큰 특징은 하정우의 거친 연기와 액션입니다. 5년 전 '추격자', '황해'에서 보여줬던 서늘하고 건조한 얼굴과 거친 액션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하정우는 영화의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습니다. 특히 쇠파이프를 무기로 사용하는 액션 장면들은 강렬하고 화려한 퍼포먼스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김진황 감독의 연출은 어두운 분위기와 하드보일드한 감성으로 90년대 홍콩 영화를 연상시키는 레트로한 느낌을 줍니다. 음악과 영상미는 다소 구질구질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영화의 톤을 유지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은 복수에 나선 주인공 민태의 행동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복수에 나서게 된 계기는 어찌 보면 황당할 수 있어도, 그 계기 뒤에 숨겨진 이유를 납득시킬 수 있다면 말도 안 되는 복수극은 명분과 공감을 얻게 된다"라고 지적된 것처럼, 민태의 복수가 단순히 폭력으로만 느껴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영화가 초반에 던진 여러 미스터리 요소들, 특히 동생의 죽음을 예견한 소설 '야행'과 그 작가 호령의 역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영화 내내 딸의 이름을 부르짖어 귀에 딱지가 앉게 만든... 영화를 이렇게 만들어놓고선 속편을 예고하는 듯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주연으로 두 번째에 이름을 올린 김남길 배우는 뭔가 있을 것처럼 해놓고 아무것도 없었던 맥거핀이었다"라는 평가처럼, 던져놓은 떡밥을 회수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영화 총평: 빈약한 서사와 개연성의 부재
'브로큰'은 개봉 이후 관객과 평론가들로부터 다소 혹평을 받고 있습니다.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지만, 실관람객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CGV 골든에그 지수 65%, 메가박스 평점 6.7점,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 6.13점, 키노라이츠 평점 지수는 20%에 불과합니다.
관객들은 주로 극의 흐름이 지나치게 무미건조하고 밋밋하다는 점, 캐릭터들의 행동에 공감이 가지 않는 점, 그리고 각본과 연출의 허술함을 지적합니다. 특히 영화의 핵심 요소인 베스트셀러 소설 '야행'이 극의 서사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소모적인 도구로만 등장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여러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 겸 그들이 지닌 정보값을 간략하게 나열하며 궁금증을 유발한다. 여러 인물이 각자의 사연을 지닌 채 움직이며 관객들에게 각 인물이 가진 조각과 그들 사이를 잇는 사건들의 조각을 끼워 맞추며 퍼즐을 완성해 볼 것을 권유한다"라는 의도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사실 장치들만 나열되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해 결국 추동력을 잃는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영화는 개봉 9일까지 누적 관객 수 16만 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인 110만 명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하정우는 2018년 '백두산' 이후 '클로젯', '비공식작전', '1947 보스톤', '하이재킹'에 이어 또 한 번 손익분기점 미달의 아픔을 겪게 될 전망입니다.
결론적으로, '브로큰'은 하정우의 강렬한 연기와 액션, 그리고 독특한 분위기와 하드보일드 감성은 돋보이지만, 캐릭터와 서사의 개연성 부족, 미스터리 요소의 불충분한 활용, 그리고 주제 의식의 약화로 인해 아쉬움이 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의심스럽고 흥미로운 설정을 가진 캐릭터들은 많이 등장하지만, 이들 사이를 잇는 연결과 서사가 부족한 영화는 폭력이란 성근 알맹이를 겉멋으로만 두른 채 끝나게 된다"는 평가가 이 영화를 잘 요약해주고 있습니다.